는 가끔 왜 의사가 되었을까, 그 중에서도 왜 하필이면 정신과 의사가 되었나 하고 자문자답하여 봅니다. 정신과는 내과나 외과와 같은 일반적이고 생물학적인 분야가 아닌 인간의 정신과 심리, 마음을 다루는 분야인데 말입니다. 어쩌면 제 마음의 깊은 곳에 콤플렉스가 있어서인지도 모르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광기를 승화시키려는 욕구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는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인간 무의식의 문제들을 인식하고 다루고 싶은 개척자적인 모험 정신의 결과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동안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앉아서 상담 치료를 하다 보니 여름에는 엉덩이에 땀띠가 나서 종기가 생긴 적도 있었고, 진료실에 항상 앉아 있다 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절기에 따라 진료실 안으로 비춰 들어오는 광선의 각도가 다른 것도 저절로 알게 되었으며, 상담시 눈앞에 놓인 난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안목이 생겨 난을 그린 동양화 중 어느 그림이 명품인지까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대학병원과 개원의 생활 20여년 동안 정신병 상담 치료에 매달리면서 저는 한가지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그것은 제 자신이 좁게는 정신병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넓게는 인간의 영혼(psyche)을 다루는 의사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 치료나 일상생활에 대한 간단한 상담을 하는 진료가 아닌 마음의 문제,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 그리고 가족구조와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문제 등을 다루는 심층적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와 같이 약을 안 쓰고 심층적 상담으로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마치 호랑이 꼬리를 잡는 것에 비유되는 도전이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절망의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떤 위중한 환자의 경우 매주 3회 이상 심층적인 상담을 해서 다 나은 듯하였다가 며칠 후에 갑자기 악화됐을 때는 정신분석 상담치료에 대한 회의감에 휩싸이기도 하였고, 좌절감과 무기력함에 눈물이 난 경우까지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환자와 그 가족과 함께 그 어려운 과정을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등정하는 심정으로 임하는 순간에는 육체의 피곤함이나 계절의 변화도 느끼지 못했으며 단지 영혼을 치유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의무만이 있었습니다. 꽉 막힌 콘크리트 벽과 같은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스러운 이야기와 상황을 정면으로 투쟁하여 뚫고 나가, 마침내 빙산이 녹듯이 그 높아 보였던 벽이 허물어질 때의 기적적이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할 때는 너무나도 벅찬 보람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러한 치유 과정에서 중간 중간 어려운 일이 있었으나 하나님의 도움으로 최종적으로는 실패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우회나 회피가 아니니 정면 돌파로 그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정신병을 정면 돌파하여 약물 도움 없이 청소년 환자들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해 현실에서 일을 할 수 있고 남들처럼 정상적인 사랑을 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저의 성공의 이면에는 정신병도 나을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 그리고 원래 정신병은 없으며 단지 성격과 가치관의 장애일 뿐이라는 의사로서의 가치 판단과 철학이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성격과 가치관의 치유를 통하여 정신병의 완전한 치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과 수많은 임상 증거를 바탕으로 저는 오늘도 그런 치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진료실에서 저는 청소년 정신병, 정확히 말하면 청소년의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를 심층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약 저 약 써보고도 완치가 안되어 이 병원 저 병원을 진전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청소년들과 그러한 자녀를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에 괴로워하는 부모님들께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청소년기의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는 가족 구조와 주변 환경의 모든 부조리와 비합리성의 총체적 현상이기에 더욱이 제대로 다루어 누적된 잘못된 점들을 바로잡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약으로만 치료하는 근시안적인 태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덮어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라 할 수 잇습니다. 저는 청소년과 부모님들이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대처 방안을 얻고 실천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요약하면

저에게 이러한 소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그동안 이와 같은 치료 경험을 같이 공유한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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